스마트폰 자주 보는 3살 이하 아이 뇌에 딱딱한 ‘깁스’ 두른 꼴
3살까지는 뇌 신경망 만들어지는 ‘결정적 시기’ 다양한 자극 경험할 때 한가지만 과도하면 필요자극 부족으로 영영 기능회복 불능
디지털 미디어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뇌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적으로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논쟁적 주제다. 경계론을 펼치는 쪽에서는 즉흥적이고 이기적인 ‘인터넷 세대’가 성인으로 자라나면 예상치 못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쪽에선 이는 디지털이 낯선 어른들의 과민반응이며, 다중수행작업(멀티태스킹)에 능란하고 협력적 사고방식을 지닌 신인류가 등장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만 3살 미만의 영유아에게 디지털 미디어를 자주 노출시키는 것이 아이의 두뇌 발달에 좋지 않을 가능성은 찬반 양쪽 모두 대체로 동의하는 지점이다.
우리의 마음과 지능을 구성하는 뇌의 신경망은 외부 자극에 의해 끊임없이 바뀐다. 이를 ‘신경가소성’이라 말한다. 신경가소성의 기본적인 원칙은 ‘쓰면 발달하고 그러지 않으면 잃는다’ (use it or lose it)는 것이다.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회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행동과 받는 자극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게 다양한 연구 결과로 뒷받침되고 있다. 영국 런던대학(UCL)의 엘리너 매과이어 박사는 런던 시내의 복잡한 도로를 누비는 택시 운전사의 뇌를 조사한 결과 기억과 연관되는 ‘해마’라는 부위의 크기가 일반인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험과 학습에 따라 회로가 변화하고 나아가 특정 부위의 물리적 부피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뇌’는 쓰면 발달, 안쓰면 상실하는 ‘신경가소성’
그런데 영유아 시기는 발달 과정상 어느 때보다 이런 신경회로가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시기다. 김붕년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성인기에 비해 아동기의 뇌 신경가소성이 훨씬 강하고 유연하다. 이때 어떤 자극이 부족하면 나중에는 회복할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결정적 성장의 시기에 특정 자극에만 강하게 노출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말이다. 이홍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영유아 시기는 (뇌신경의) 연결고리들 가운데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고리들을 제거하는 ‘가지치기’ 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디지털 미디어가 이 시기에 편중된 자극의 경험을 아이에게 유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한덕현 중앙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디지털 미디어는 해로울 수 있다. 다양한 자극이 필요한 시기인데 한 가지 자극만 과도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비롯해 컴퓨터 모니터, 텔레비전(TV) 등 스크린 미디어는 아이들의 흥미를 쉽게 끄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빠르게 전환하는 화면과 그에 따르는 소리, 그리고 손가락 터치(접촉)를 통해 쉽게 동작하는 방식 등이 그러하다.
디지털 미디어가 영유아에게 미칠 영향의 위험은 우선 보는 방식 자체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대개 아이는 화면을 볼 때 가만히 앉아서 눈을 화면에 고정시킨다. 이런 방식은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소아청소년과)은 “우리는 일반적으로 무엇을 볼 때 눈 근육들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사물을 세밀히 관찰하게 된다. 그런데 디지털 화면은 두 눈을 한 지점에 고정시켜 눈 근육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이는 몸 전체의 근육으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눈과 근육 등에서 전달되는 다양한 감각들이 뇌로 들어오면서 얻게 되는감각의 통합적인 수용을 막게 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를 “마치 몸 전체가 깁스로 고정된 모습과도 같다”고 빗대어 설명했다. 동시에 화면앞에 앉아 오래 움직이지 않다 보면 무기력증 등으로 인해 의지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화면 작동법은 영유아의 뇌가 주로 사용하는 직관과 이미지에 의존해 개발된 까닭에,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혼자서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활동에 대한 평가는?
“성공적이었다. 디지털 페어런팅은 3차례에 걸쳐 종이잡지로도 발행했는데 지금까지 100만부를 찍었다. 대부분 학교에 보냈고, 그곳에서 다시 학부모 등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됐다. 호응이 좋아 앱 버전도 만들었다. 가디언 앱은 20여개 국가에서 50만번 넘게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모시 카드도 4개국에서 40만개 이상 배포했다. 필요한 학교에서는 무료로 파일을 내려받아 직접 만들수 있다.”
이런 활동이 기업의 마케팅 차원에서 어떤 득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그에 대한 뚜렷한 답은 피했다. 어맨다 앤드루스 대외협력 매니저는 “이 사업은 기업이 이해를 고려해서 내놓은 정책이 아니
다. 꼭 필요하고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다폰과 출판 작업을 진행한 영국 시민단체 ‘페어런트존’에 따르면 보다폰은 잡지 발행에 100만파운드(약 17억5000만원)가량을 투여했다고 한다.
왜 어린이에게 좀더 안전한 인터넷 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나?
“매력적인 디지털 기기가 쉴새없이 등장하는 요즘, 기술을 이해하고 안전을 지키는 것은 가정에 새로운 도전이다. 교육적 도구들도 이런 빠른 변화에 따라갈 수 있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안전은 어린 시기(3~13살)에 가르칠수록 효과적이다. 정부, 기업과 학교가 모두 각자의 강점을 살려 맡은 역할을 수행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상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했다. 앞으로는 기업과 부모, 또 부모와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을 찾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