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나이와 직위 따라 업무 차이
앞으론 일에 대한 도전·경험 중요
시험 통해 선호 직업 정하는 구조
비용과 비효율 높아 유지될 수 없어”
9월8일 ‘미디어카페 후’에서 진행된 2016 행가레 연속강연 ‘디지털 세대의 진로찾기’ 네번째 강의에서 김홍중 서울대 교수(사회학)가 ‘디지털 세대의 생존 강박 벗어나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행가레’ 디지털 세대의 진로찾기
현재 초등학생들이 10년 뒤 사회에 진출할 때에는 65%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미국 노동부의 2011년 보고서가 올해 초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다시 언급되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알파고 쇼크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재편될 미래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무엇을 배워야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을지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됐다.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주최하는 학부모 대상 연속강연 프로그램 ‘행복한 가족을 위한 디지털 레시피(행가레) 2016’ 세번째 시리즈는 ‘디지털세대의 진로찾기’가 주제였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8월18일부터 매주 한차례 서울 홍대입구 ‘미디어카페 후’에서 네차례 진행됐다.
1. 디지털 아이들은 하면서 배운다
대학 재학 중 보청기 회사 딜라이트를 창업해 크게 성공을 거두고, 이후 공동임대 형태의 주거 서비스 기업 우주를 창업해 경영하고 있는 김정현 대표는 청년창업의 길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우리의 아이들이 만날 미래의 기업 형태는 지금과 다를 것이고, 대기업과 공무원을 직업으로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도 변화할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는 기업이라야 존속이 가능해진다”고 사회적 기업의 길을 소개했다.
그는 딜라이트를 창업해 수백만원 하던 보청기의 제조 공정과 유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34만원에 제공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비결을 털어놓았다. 그는 “다른 나라의 사회적 기업이 멋있게 보여 학교 친구들과 관심 갖고 연구하다가 부업 삼아 창업하게 됐는데, 너무 잘나가 학업을 중단하게 되었다”며 “사람마다 맞춤형이던 보청기를 귀의 형태에 따른 몇 개의 모델로 표준화하고 온라인으로 유통해서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크게 낮춘 게 성공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은 실제로 그 일에 뛰어들어 경험하면서 제대로 배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2. 영화와 디지털 아이들의 미래
지난해 개봉한 영화 <로봇, 소리>를 제작한 이호재 감독은 1902년 첫 공상과학영화인 <달나라여행>부터 최근 할리우드의 인공지능 소재 영화들까지 두루 소개하면서 우리의 미래에 대한 상상이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를 설명했다. 이들 영화의 내용이 처음에는 공상의 영역이었으나 갈수록 과학이 되어 가고 있어 미래를 예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특히 최근의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소유한 소수의 특권계층과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격차가 커져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이미 시작된 인공지능의 시대라며, 최신 기술을 조정할 사회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공동체를 좀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 디지털 시대 아이들의 꿈과 진로
직업과 고용 분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승보 센터장은 직업의 세계에서 중대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의했다. 과거에는 외형적 나이와 직무 연차에 따라 일이 주어졌는데, 이제는 일에 대한 도전과 경험 여부를 보여주는 경력 나이 위주로 직업 세계가 재편되고 있으며,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보다 일생에서 경력으로서의 현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급여, 지위와 같은 객관적 성취보다 가치와 만족 등 주관적 성취가 중요해지는 것도 새로운 추세임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사회적 신뢰가 낮아 시험을 통한 직업이 선호되어 왔으나, 이는 개인적·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평생학습과 평생직업의 시대에는 교육-노동-여가가 나이에 따라 분리되는 대신 통합되는 만큼 이 세가지를 동시에 수행하고 즐기려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 전사회적 생존 강박 넘어서기
김홍중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청년세대를 비교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청년세대가 꿈을 잃어버리고 생존 강박에 시달리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이후 ‘일단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주의 논리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상황이 됐다”며 지구적 차원의 경제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젊은이들은 무엇인가를 성취하거나 누리게 되어도 평생 경쟁에 시달리면서 항상 임시적 상태에 머무르며 불안하고 생존 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청년세대가 문명사적으로 소멸하고 있는 위기의 시기이지만, 중력의 영향이 모든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안에서도 춤을 출 수 있는 것처럼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대학교 시 동아리와 구성원에 대한 연구나 유사한 문학 모임 등에 대한 조사 결과, 사회의 강한 생존 강박 아래에서도 여전히 창조적 자아를 추구하며 의미를 찾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확산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발견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