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문명의 발달은 중요한 지식을 기억하고 대를 이어 전승하면서 가능했다. 구성원들의 기억에 의존하던 지식이 문자의 발명을 통해 축적되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삶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는 문자와 필기의 대중화가 인간능력을 퇴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당시 그리스의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신기술인 글쓰기가 영혼에 건망증을 만들고 사람들이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스승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전한다. 소크라테스는 필기와 글을 통한 기억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도 아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있는 지식을 자랑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문자의 발명이 인간의 인지적 능력을 획기적으로 고양시킨 것처럼, 스마트폰도 비슷한 영향을 끼쳤다. 늘 휴대하는 또하나의 두뇌인 스마트폰 덕분에 우리는 상당량의 기억을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지도나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날마다 자세하게 알고 있던 ‘오늘 해야 할 일’도 이제는 일정관리 소프트웨어가 알려주지 않으면 지나치는 경우가 흔하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기억과 검색의 보조도구로 쓰이는 것을 넘어 우리가 기억하고 생각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베치 스패로 교수는 2011년 <사이언스>에 실은 ‘기억에 대한 구글 효과’ 논문에서 하버드·컬럼비아대 학생 168명을 상대로 한 분산 기억을 실험한 결과를 소개했다. 학생들은 컴퓨터에서 삭제할 것이라고 알려준 정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기억했지만, 컴퓨터에 저장될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면 쉽게 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검색서비스에 익숙한 학생들은 정보 자체보다 정보가 저장된 파일이름을 더 잘 기억했다.